부자 · 지하촌 (강경애 단편소설)
한국문학 1+1 단편소설
<부자(父子)>
"이애, 큰아부지 만나거든 쌀 가져 온 인사를 하여라. 잠잠하고 있지 말고"
저녁술을 놓고 나가는 아들의 뒷멀미를 바라보며 어머니는 이런 말을 하였다. 바위는 들었는지 말았는지 잠잠히 나와 버리고 말았다.
사립문 밖을 나서는 길로 그는 홍철의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오늘이나 무슨 기별이 있는가 하는 궁금증이 났던 것이다. 홍철의 집까지 온 그는 한참이나 주점주점하고 망설이다가 문안으로 들어서며 기침을 하였다.
<지하촌(地下村)>
1936년 <조선일보>에 연재
사회의 밑바닥을 파헤쳐, 강렬한 사회개혁의 의욕을 나타낸 작품이다.
해는 서산 위에서 이글이글 타고 있다. 칠성이는 오늘도 동냥자루를 비스듬히 어깨에 메고 비틀비틀 이 동리 앞을 지났다. 밑 뚫어진 밀짚모자를 연신 내려쓰나. 이마는 따갑고 땀방울이 흐르고 먼지가 연기같이 끼어. 그의 코밑이 매워 견딜 수 없다.
강경애 작가는 식민지적 갈등과 모순에서 계급 문제를 읽어내고 이 시기는 민족문화의 수난기이며, 문학사적으로 보아 치욕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시기로 더욱 급박한 위기의식의 고조와 함께 암흑기적 양상(樣相)을 띠게 되었다.
1936년을 기점으로 문학은 양적으로 풍성한 시기를 맞이했다. 문장·작품 기교 등에서 높은 수준의 작품이 소박한 리얼리즘이 반영된 작품이 사실적으로 형상화해 낸 특이한 작가로도 평가된다.
강경애
姜敬愛 (1907-1943) 여류 소설가.
황해도 출신으로 시인, 페미니스트 운동가, 노동운동가, 언론인이다.
1931년 장편소설 <어머니와 딸>을 발표함으로써 작가로 인정받았다. 1932년에는 간도(間島)로 이주, 잡지 북향지의 동인이 되었다.
이후 1934년 동아일보에 연재한 장편 <인간문제>가 재차 인기를 얻어 명성을 되찾기도 했다.
1927년에는 신간회, 근우회에 참여하였고, 1929년에는 근우회 장연군지부의 간부로 활동했다. 뒤에 간도로 옮겨 갔다가 그곳에서 사망했다.
작품으로는 <인간문제> <지하촌> <부자> <소금> 등이 있다.